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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 美中 압박·메모리반도체 부진 '이중고'


화웨이 여파로 반도체 침체 장기화 거론되는데 정부 차원 압박까지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미국·중국 간 무역분쟁이 화웨이 제재로 번지면서 메모리반도체 비중이 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손발이 묶인 화웨이의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큰 데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 이후 무역분쟁이 전면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상무부·산업정보기술부는 최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델·ARM 등의 관계자들에게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거래금지 조치에 협조할 경우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당국이 업체명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뉴욕타임스는 화웨이를 염두에 둔 엄포라고 짚었다.

앞서 지난 5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5G 네트워크 보안 문제를 이유로 국내 기업에 '화웨이 배제'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화웨이 통신장비를 사용하는 LG유플러스를 겨냥한 발언이었고 기업명도 대놓고 언급하지 않았지만, 미국 측이 사실상 중국에 대한 경고를 국내 기업에 직접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어느 한쪽 편을 들기가 상당히 애매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에서 각각 전체 매출의 18%, 39%를 거둬들였다. 화웨이는 중국 고객사 중 거래 규모가 큰 축에 속하며, 양사 모두 메모리반도체 비중이 크다. 그렇다고 미국을 무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국내 기업들은 섣불리 어느 한쪽 편을 들었다가 국가적인 보복에 부딪힐 수 있는 상황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개별 기업의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극도로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라서, 이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일절 내지 않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화웨이를 중간에 두고 미국과 중국이 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이 중간에 끼어 버린 구도가 됐다"며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인 지침 등이 있으면 모르겠지만 아직 별다른 얘기가 없으니 계속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면서 전반적인 반도체 업황이 요동치고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는 악재다. 주요 시장조사업체들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메모리반도체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을 일제히 언급했다. 대표적으로 IHS마킷은 올해 1분기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감소폭이 매우 컸으며 특히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D램익스체인지도 D램과 낸드플래시 고정거래가격이 지속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가격 하락세가 멈출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고 짚었다. 최근에는 3분기 D램 전체평균가격 하락폭을 10%에서 15%로, 4분기 하락폭을 2~5%에서 10%로 하향 조정했다. D램익스체인지는 "화웨이 거래제한이 D램 가격의 변동성에도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며 "오는 2020년에나 D램 가격이 반등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화웨이 여파로 인해 스마트폰·서버용 메모리 시장 침체가 이어진다는 논리다.

이 같은 시장 상황으로 인해 그간 반도체업계가 낙관했던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이 처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하반기면 '보릿고개'가 끝난다고 봤지만, 실적 저하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하반기 총 16조390억원의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인 17조5천749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3·4분기 약 8조원의 영업이익으로 1·2분기보다는 상황이 다소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당초 기대보다는 낮은 전망치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1조799억원, 4분기 1조2천153억원으로 하반기에도 실적 회복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어닝쇼크'로 평가받았던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은 1조3천665억원이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직 '상저하고' 흐름이 물건너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하반기에도 이들의 실적 부진이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미·중 무역분쟁이랄지 화웨이 관련 얘기가 많이 나오지만 아직 실질적으로 반도체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예측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5G·데이터센터 활성화 흐름은 여전하고, 화웨이로 인한 타격도 타 거래선으로 대체가 가능하기에 메모리반도체 시장 '상저하고'를 예상한 큰 틀의 흐름은 아직 유효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화웨이가 5G 통신장비 확산에 발목을 잡히면서 통신장비 시장의 확대가 늦어질 것이고, 그만큼 5G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당초 기대했던 만큼의 하반기 가파른 반등이 어려워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시장 특성상 하반기가 성수기이고, 데이터센터·5G 등에서의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변하지 않을 것이기에 '상저하고' 자체는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윤선훈 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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