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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모펀드와 '퀸카로 살아남는 법'
사모펀드 인수전에 고용불안 높아진 금융업계
2019년 05월 15일 오전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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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15년 전 개봉했지만 여전히 하이틴 코미디의 정수로 꼽히는 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Mean Girls)'. 아프리카에서 자란 소녀 케이디가 학내 여왕벌인 레지나와 전략적으로 가까워지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그렸다.

레지나가 케이디를 견제하며 짝사랑 상대인 애런을 빼앗자 케이디의 변화는 더욱 빨라진다. 케이디는 다이어트를 하고 핑크빛의 달라붙는 옷을 입으며 자신의 본래 모습을 최대한 덜어낸다.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애런은 십대 시절 내 마음을 흔들기에도 충분했고, 그래서 케이디가 '촌티'를 벗고 점차 퀸카로 거듭나는 모습은 내심 통쾌했다. 하지만 케이디가 갖고 있던 자산이 하나 둘 사라지는 모습에는 뒷맛이 썼다. 케이디는 동물학자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환경에 관심이 많고 학업에 열심인, 좀 따분하지만 괜찮은 애였다.

퀸카로의 열망은 곧 잘 나가는 유명인이 되고 싶다는 욕구와 일맥상통한다. 인기가 많아져 친구들에게 충분히 소비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케이디의 장점을 가린다. 고작 '퀸카'로의 열망이 케이디의 특별한 매력을 군살 취급하다니.

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의 포스터. [사진=파라마운트 픽쳐스]
여왕벌 군단과 사모펀드는 닮은 구석이 많다. 사모펀드는 여왕벌과는 조금 먼 기업을 저가에 사들여 최대한 빨리 멋쟁이로 만들고, 이 여왕벌을 무대에 올리는 게 목표다. 기업 자체의 성장보다는 경제적인 관점에서 적정가를 올려 판매차익을 내는 데 방점을 둔다.

케이디의 선택을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제 자아를 찾아 떠나는 여행만이 인생의 가치는 아니듯. 사모펀드의 운용 방식은 더 손쉽게 비난을 피한다. 경제 논리로 세워진 회사가 지극히 경제적인 관점에서 회사를 사고파는 일을 지적하기는 어렵다.

반대로 케이디의 선택이 긍정적인가, 기업이 사모펀드에 매각되는 일이 모두에게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그래서 인수합병 동정으로 시끄러운 업계에서는 늘 사모펀드가 입방아에 오른다.

최근에는 금융가가 그랬다. 롯데카드가 금융사가 아닌 사모펀드라는 예상 밖의 주인을 만나며 내부 불안감이 고조됐다. 이달 롯데카드와 매각주관사인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은 한앤컴퍼니를 우선협상대상자로 확정했다.

재무적 투자자(FI)를 만난 롯데카드 구성원들의 표정은 전보다 침울해졌다. 롯데카드 구성원들은 앞서 우리금융·하나금융 등 전략적 투자자(SI)의 인수 전망에 대해서도 우려를 비췄다. 카드업계 내에서 덩치가 작은 두 곳이 합치면 구조조정이 필연적이라는 전망 탓이다. 전략적 투자자를 피한 자리에 재무적 투자자를 만난 셈이다.

한앤컴퍼니는 웅진식품과 쌍용양회, 한온시스템 등 굵직한 투자 업력을 쌓아왔다. 포트폴리오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그만큼 기업의 DNA를 바꿔 잘 '팔았다'는 의미와 통한다.

한앤컴퍼니의 롯데카드 지분 80% 인수 제안가가 1조4천400억원으로 하나카드를 크게 제쳤다는 점도 노조를 조마조마하게 했다. 업계 불황 속 투자금 회수를 위해 조직슬림화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사모펀드의 금융사 인수 선례는 사모펀드에는 청사진을, 금융사에게는 뒤끝을 남겼다.

MBK파트너스와 오렌지라이프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오렌지라이프는 오랜 고전 끝에도 매각이 이뤄지지 않자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의 품에 안겼다.

직후 오렌지라이프의 직원 수가 급감했다. 2013년 말 984명이었던 오렌지라이프의 임직원 수는 MBK파트너스를 만난 이듬해 21.44%가 줄어든 773명이 됐다. MBK파트너스는 '뼈를 깎은' 오렌지라이프를 신한그룹에 매각하며 2조원이 넘는 차익을 남겼다.

사모펀드 '먹튀' 논란의 조상 격인 론스타·외환은행 악연은 아직까지도 끝나지 않았다. 2003년 외환은행의 지분 51%를 1조3천834억원에 사들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3년 만인 2006년 외환은행을 영국계 은행 HSBC에 되팔겠다는 발표로 먹튀의 오명을 썼다. 그 사이 외환카드 직원들은 짐을 싸라는 회유에 시달렸다.

하나금융이 2012년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지분은 정리됐지만 론스타는 '더 비싸게 팔 수 있었다'는 이유로 한국 정부에 ISD 소송을 걸었다.

MBK파트너스는 오렌지라이프의 고용을 유지하겠다는 약속 1년 만에 임원의 절반을 내보내고 직원의 30%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제안했다. 롯데그룹은 매각을 앞둔 입장문에서 롯데카드 임직원 1천715명의 고용승계를 공언했다. 롯데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한 한앤컴퍼니는 앞서 쌍용양회를 사들인 뒤 사업정리와 구조조정을 실시한 바 있다.

매각 소용돌이 속 롯데카드는 제 모습을 찾을까, 아니면 핑크 옷의 '퀸카'로 살아남을까?

(본문 내 영화 줄거리는 영화 소개란에 등록된 내용만을 담았다.)

/허인혜 기자 frees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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