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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피플]이정세 본부장이 말하는 천만 흥행보다 중요한 것
"무리한 경쟁보다 전체적 효율 중요"
2018년 10월 10일 오전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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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 권혜림 기자]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은 영화 '동주' '박열' '범죄도시' '리틀 포레스트' '너의 결혼식' 등 알짜 흥행작들을 꾸준히 선보인 투자배급사다. 올해와 내년 라인업도 최근의 성공적 결과들을 이을 만한 작품들이다.

'도어락' '기묘한 가족' '나랏말싸미'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소공녀' 등이 개봉 예정작으로 추려졌다. 엄청난 예산으로 스케일을 기대케 하기보다는, 이야깃거리와 제작 규모가 적절히 균형을 이룬 영화들이 포진해있다. 지난 2년여 간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이 보여준 행보를 돌아볼 때, 내년에도 일관된 방향성을 지켜 갈 것으로 보인다. '천만 영화' 한 편의 탄생보다는, 손익분기점을 넘어 흥행을 이룰 여러 작품들의 성공이 기대되는 라인업이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의 이정세 영화사업본부장은 대학에서 영문학과 신문방송학을 공부했다. 대학 4학년 때 IMF가 터졌고, 여차저차 휴학을 하던 중 아르바이트로 미로비전 마케팅팀에서 일하게 됐다. 처음 참여한 작품이 수입작인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의 '오픈 유어 아이즈'(1999)였다. 스스로도 "영화 일을 하게 될 줄은 몰랐던" 이 본부장은 미로비전을 거쳐 씨네월드, 타이거픽쳐스, 씨너스엔터테인먼트(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사업본부의 전신)로 자리를 옮겼다.



'씨네필'은 아니었지만, 영화가 직업이 되면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같은 감독들의 이름을 공부하듯 외웠다. 시간이 흐르며 좋아하는 영화도, 삶에 축적되는 영화도 생겼다. 영화 제작과 투자배급을 업으로 삼게 된 지금도 그는 좋은 영화를 보는 일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최근엔 아니쉬 차간티 감독의 '서치'를 보며 감탄했다. 하지만 아무리 영화를 사랑한들, 투자배급의 책임자로 영화를 바라보는 일이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다. "모든 투자 담당자들은 투자를 결정한 뒤 잠을 못 잔다"는 그의 말이 간단히 그 무거움을 설명한다.

"그 어떤 결정 앞에서도 고민이 많죠. 그 어떤 영화든, 모든 투자 담당자들은 투자를 결정하면 잠을 못 자요. 좋아서 투자를 결정했다고 해도 빈 구석이 어쩔 수 없이 보이니까요. 저도 여기(투자배급사)에 와서 그걸 느끼게 됐어요. '그간 다른 투자사들의 스트레스가 이런 것이었구나' 싶기도 하고요. 독특한 시각의 영화에 투자배급을 결정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새롭고 신선한 영화들을 기다리는 시장이 있다는 믿음이 있어요. 반복적인 것보다는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하죠."

제작사 출신으로 투자배급 업무를 이끌어가는 데엔 단점보다 장점이 따를 법했다. 이 본부장은 "파트너가 된 제작사의 사무실에 들어가면 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까지 그 답 없는 시간들을 뚜벅뚜벅 걸어왔을 모습이 느껴질 때가 있다"고 말한다. 몸 담고 일했던 제작사의 생리를 제3자의 시선에서 바라보게 됐고, 제작사에서 일하며 가지고 있었던 투자배급사를 향한 일련의 오해들을 직접 부딪히며 해소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제작사와 투자배급사, 양 쪽의 리듬을 모두 체화한 적 있는 경험치는 지금의 업무에 무엇보다 큰 자산이 되고 있다.

"장점이 있다면, 제작사가 하는 이야기가 그냥 말로만 들리지 않고, 그 이야기를 하기까지 고민한 긴 시간이 그대로 느껴질 때가 있다는 거예요. 동료의식이 조금 더 남다르다고 해야 할까요? 예를 들어 '나랏말싸미'는 제 기억으로 (영화화를 준비한지) 18년이 된 이야기예요. 2002년부터 기획을 했고요. 감독은 그 이상으로 더 긴 고민을 했겠죠. 아마 대한민국에 있는 한글 관련 책은 다 봤을 거예요. 이준익 감독의 '동주'와 '박열'도 오래 준비한 이야기였고요."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으로 자리를 옮긴 지는 어느덧 5년이 됐다. 처음엔 '난 여기에 왜 와 있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는 것이 그의 고백이다. '3년 준비한 시나리오를 2주 안에 읽어주지 않는' 투자배급사를 원망했던 그가 '1년에 500~600개의 시나리오를 검토해야 하는' 투자배급사로 갔으니, 일견 이해가 가는 부적응이었다.

"아마 대부분의 배급사가 1년에 500~600개 사이의 시나리오를 검토할 거예요. 하루에 많아야 네 권을 읽으니, 최소 주말 하루를 포기하고 사는 거죠. 그렇게 해도 물론 시간이 부족하고요. 이 곳에 와서야 고통과 노고를 알게 됐죠.(웃음) '그간 영화를 만드는 일을 제작사 혼자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도 하게 됐어요. 투자배급사 역시 수 년간 수 만 편의 영화를 보며 생긴 노하우를 제작사와 나누고 소통하며 시너지를 일으키는 셈이니까요. 이 곳에 와서 투자 담당자들에 대한 저의 오해부터 풀렸어요. 그래서 다른 투자배급사 담당자들을 만나면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다녔죠.(웃음) 서로에게 오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 오해가 조금 더 적어졌으면 좋겠어요.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 한 축 가까이 제대로 함께 돌아야 한다는 평등한 생각이 많아지면 좋겠고요."



수입, 제작, 배급 업무를 경험한 그는 "배우와 감독 일만 안 해본 것 같다"고 웃으며 말한 뒤 "여러 역할들 사이의 관계를 조율하는 데 기여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밝혔다.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필요한 동등한 역할들 사이에서,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합리적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더 좋은 말로는, 조금 미사여구같지만 '상생'이 필요하겠죠. 영화 한 편이 개봉하기까지 누구 하나의 역할도 빠져선 안 되거든요. 같이 굴러가야 해요. 합리적인 조율이 필요하고요. 예를 들어 스태프 처우를 개선해야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고, 그런 변화로 제작의 원가가 올라간 것도 사실이에요. 그렇다고 해서 처우를 낮춰서는 안 되거든요. 그렇다면 답은 시장 개척이 되겠죠. 결국 이런 대안 앞에서 우리는 다 같은 편이 되어야 해요. 외부 플랫폼을 만드는 데에도 마찬가지로 합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2017년과 2018년을 기점으로 신생 투자배급사들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는 것에 대한 생각도 물었다. 기존의 주요 투자배급사 위주 시장이 건강하게 개편될 것인지, 경쟁 과다로 새로운 문제들이 발생할 것인지 등 그의 전망을 들어봤다. 이 본부장은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면"이라면서도 "다만 개봉작이 많아진다고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년 상업영화를 기준으로 60~70편이 나오는데, 그것도 많다고들 말하잖아요. 더 많아지는 것에 저는 찬성하지 않지만, 각자 자신의 색깔을 띠는 작업들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각 투자배급사들도 색깔이 있어서, 예를 들어 'A라는 배급사는 아마 이 영화를 못했을거야'라고들 하는 면이 있거든요. 배급사가 많아지는 것을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4~5개 회사가 50편을 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각 5편씩 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그게 영화의 퀄리티를 올리는 면에서 효율적일 수 있고요. 과다경쟁에 대해서는 늘 우려가 있었지만 기존 배급사들의 자정 능력이 있었죠. 영화 산업이 20여년을 넘어가는 동안 쌓인 데이터가 있으니, 무리한 경쟁보다 전체적 효율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을 거예요. (한 배급사가) 3천만, 4천만 관객을 모았다는 것이 허수라는 것을 산업이 증명했으니까요. 한 편 한 편 잘 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해요. 업계 역시 몇년 전부터 그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 같고요."

이 본부장의 목표는 '천만 영화'를 만들어내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1년 농사를 균형 있게 끌고 가는 일이 그에겐 훨씬 중요하다. 그는 "좋은 콘텐츠는 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며 "작은 영화든, 큰 영화든 그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순제작비에 따라 손익분기점이 '500만 관객 동원'이라면 그것을 달성할 필요는 있겠지만, 단지 '천만 영화'를 목표로 삼지는 않는다는 뜻"이라며 "천만 명을 동원해 수익을 나눠도 기쁘겠지만, 100만 명을 동원해도 수익을 배분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온다면 그것으로 기쁜 것 아닌가. 내겐 한 편 한 편이 잘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의 다양한 시도가 새로운 유형의 성공을 거뒀던 데에는 모회사 제이콘텐트리의 지원이 유효했다. 이정세 본부장은 "영화 한 두 편을 하려고 이 일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라며 "중앙그룹의 신뢰가 있었고, 회사의 문화 자체가 수치를 높이는 것과는 다소 먼 편"이라고 설명했다.

"흥행이 안 되는 영화는 꼭 있어요. 그런 사례가 많지 않길 바랄 뿐이죠. 하지만 좋은 시도는 꼭 해야 한다는 방향의 지지가 큰 힘이 돼요. 과거 어떤 영화의 실패 사례를 회사에 보고했더니, 높은 분들이 '투자를 결정할 때 더 심오하게 판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책임자는 '영화 투자배급을 결정한 후 2~3년 뒤에야 개봉하는데, 그 상황을 모두 예측할 순 없다. 오늘 판단해서 시도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성공 타율을 높이려는 노력은 좋지만, 숫자 자체를 높이는 것을 노력하지는 말자는 것이 회사의 문화인 것 같아요."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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