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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온누리 폐업 사태…"홈쇼핑·이커머스 옥석 가리기 소홀 탓"


여행 시장 선점 위해 공격적 소싱…더좋은여행 이어 두 번째 폐업

[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홈쇼핑과 이커머스업계 여행 시장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여행업계 '줄도산'이 이어지고 있어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 업계에서는 후발주자들이 취급고·거래액 증가에만 골몰하다가 옥석 가리기에 실패한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NS홈쇼핑·SK스토아·위메프에서 중국·동남아 패키지 여행상품을 판매하던 e온누리여행사는 경영 악화를 이유로 지난 3일 돌연 폐업했다. 현재 서울시 중구에 사무실을 정리하고 연락을 두절한 채 잠적한 상태다.

2017년 11월 종합 패키지 여행사로 출범한 e온누리여행사는 곧바로 NS홈쇼핑 입점 계약을 체결해 12월 첫 방송을 시작했다. 이후 올해 6월까지 약 약 반년간 10회 방송을 진행했다. 신생업체로는 이례적으로 높기로 유명한 홈쇼핑 입점 문턱을 넘은 것이다.

특히 베트남 다낭 상품의 경우, 1만 콜이 넘는 전화가 걸려왔고 이 중 25%가 계약을 체결했다. TV홈쇼핑 여행상품의 전환율이 10~3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큰 호응을 얻은 셈이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도 NS홈쇼핑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심지어는 현지 여행 중 일정이 갑자기 중단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한 피해자는 "(폐업 소식을 들은) 가이드가 여행을 못 하겠다며 여행비를 당장 내놓으라고 했다. 이후 예정돼 있던 호텔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나이 드신 부모님을 고속도로 주차장에 노숙 시켰다"고 토로했다.

이날 NS홈쇼핑·SK스토아·위메프 모두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구상권을 전제로 환불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피해 소비자들은 한국여행업협회의 절차에 따라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지만, 실제 피해보상까지 상당 시일이 걸릴 것이란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들 업체가 구상권을 발동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신생 여행사라 직전 사업연도 매출액이 없는 만큼, 보증보험이 최소한도(3천만원)로 가입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피해 금액이 보험한도를 초과하면 판매사와 소비자 모두 돈을 돌려받을 길이 없다.

판매업체 관계자는 "사실상 환불 금액과 위약금을 돌려받을 길이 없다고 본다"며 "판매수익은 미미한데 그보다 더 큰 피해 보상을 해야 하니 판매처도 이만저만 손해가 아니지만, 이번 일로 소비자 신뢰를 잃는 게 더 큰 문제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사실 법인으로 등록돼 있으면서 한국여행업협회 회원사고 보증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신생 업체라 해도 판매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다만, 여행업계의 열악한 상황을 고려해 업체 검증에 신중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여행업은 항공권과 숙박을 블록 형태로 잡아놓고 모객해서 파는 구조라 현금 흐름이 낮거나 자본이 넉넉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며 "특히 홈쇼핑에서는 재무상태를 까다롭게 보는 편인데, 어떻게 신생회사가 이렇게 쉽게 입점했는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소형 여행사 줄폐업 도미노…판매처 옥석 가리기 시급

문제는 이 같은 일이 처음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달 초에도 T커머스와 소셜커머스에서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던 더좋은여행이 경영 악화로 법인 파산을 신청하면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파산 직전까지 상품을 판매한 위메프 고객들의 피해가 컸다.

여행업체의 도산은 또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국내 여행업계에 중소업체가 너무나 많다는 점에서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여행업체 수는 2010년부터 꾸준히 늘어 올 상반기 2만1천115개를 기록했다. 이는 8년 전 대비 67.79%나 늘어난 수치다.

보증보헙 가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한국여행업협회 회원사도 현재 기준으로 1천375개에 달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모두 안전한 여행사라고 보장할 수 없다. 더좋은여행과 e온누리여행사 모두 협회 회원사였다.

업계 관계자는 "협회 회원사 중 실제 운영이 이뤄지는 곳은 200개에 불과하다. 이 중에서도 빈익빈 부익부가 심해 소형 여행사는 부도 가능성을 늘 안고 있다"며 "올해는 모두투어와 하나투어 등 대형 여행사도 패키지 사업이 부진했던 데다, 최근 홈쇼핑 패키지 여행 상품 매출액이 반토막나면서 줄폐업 가능성이 커졌다"고 귀띔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몇 년간 홈쇼핑과 이커머스업계는 여행업을 강화하는 추세다. 해외여행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늘고 있는 데다, 패키지 여행상품의 경우 일반 상품 대비 판매가가 높다 보니 취급고와 거래액을 늘리기에 좋기 때문이다.

특히 홈쇼핑에서 여행 상품은 판매실적과 관계없이 정해진 금액의 판매수수료를 받는 '정액 수수료 상품'이어서 판매 부담에서 자유롭다. 중간이윤이 낮지만 6~8월과 같은 비성수기에는 오히려 정액 수수료 상품이 효자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업계 후발주자들이 급격히 여행상품 구색을 늘리려다 경영이 부실한 업체 상품을 검증없이 판매할 가능성도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신생 업체라고 단점만 있는 건 아니다. 콘텐츠가 차별화돼 있거나 가격 이점이 높은 경우도 있다"며 "다만 판매 채널에서 공격적으로 상품을 조달하다 보니 옥석 가리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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