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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일회용컵 단속 한 달, 숟가락만 얹은 정부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아이스 음료를 담는 컵이 다 깨져서 머그컵 밖에 없어요. 매장 안에 있으니까 일회용 컵도 드릴 수 없고, 죄송해서 어쩌죠?"

최근 찾은 한 커피 전문점에서 아이스 음료를 주문하자 직원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따뜻한 음료를 담는 머그컵에 제품을 담아줬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매장용 컵을 여유있게 준비해뒀지만 그동안 설거지 과정에서 깨지거나 손님들이 모두 파손한 탓이다.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난달 2일부터 일회용컵 사용 단속을 시작한 후 현장에선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쌓여가는 매장용컵 때문에 점원들의 설거지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고, 제대로 씻기지 않은 컵에 음료를 담아줘 불쾌했다는 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간혹 음료를 마신 후 매장용 컵을 훔쳐가는 고객 때문에 가맹점주나 영세 커피숍 운영자들의 고민도 나날이 늘고 있다.

정부가 단속을 한다고 했지만 명확한 지침이 없는 것도 기업과 소비자의 혼선을 부추겼다. 또 일회용컵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준비 없이 밀어 붙이기식으로 추진하면서, 이를 안착시키기 위한 비용은 고스란히 업체와 가맹점주들, 소비자에게만 떠넘겨졌다.

이번 일로 매장용 컵 사용 비율이 80%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을 만큼, 정부의 '으름장'은 일단 효과를 보고 있다.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고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점차 개선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요소다.

하지만 정부가 일회용컵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단속 외에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는 의문이다. 계도 기간은 한 달여 밖에 주지 않아 업체들이 대비하는 시간이 부족해 초기에 혼선이 빚어졌다. 그렇다고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선 것도 없다. 한 달여 동안 소비자들과 마주하며 제도를 안착시키기 위해 노력한 것은 바로 업체들과 매장 관계자들이다.

실제로 지난 한 달 동안 업체들은 현장에서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다회용컵에 매장용이라는 문구를 넣어 손님들에게 주의를 상기시키거나, 설거지 등의 업무 부담을 덜기 위해 직원을 추가 고용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펼쳤다. 다회용컵 분실 및 파손에 따른 비용부담도 일회용컵 사용량만 줄일 수 있다면 일단 감내하겠다는 분위기다.

반면 정부는 가끔 현장 조사만 벌였을 뿐 일회용컵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직접적인 노력은 여전히 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길거리에 일회용컵 전용 수거함을 설치하거나, 일회용컵 대체제를 생산 혹은 이용하는 기업에 장려금을 주는 등의 방안을 마련하는 일도 아직까지 뒷전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도 단속만 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제도 안착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현장에서 불거지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인지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업체와 함께 나서야 한다. 특히 직원이 손님에게 머그잔 등 다회용 컵을 권했으나, 손님이 일회용 컵을 요구했을 경우 현실적으로 단속할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하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소비자에게도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대책 마련도 고민해봐야 한다.

소비자 역시 자신의 편의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환경 보호를 위한 일회용컵 줄이기에 함께 노력해야 한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토대로 매장용 컵 사용도 자신의 것처럼 소중히 다루고, 마음에 든다고 가져가는 행위도 하지 말아야 한다.

국내 연간 일회용컵 사용량은 260억 잔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일회용컵은 분해되는 데만 500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낙인 찍힌 상태다.

환경오염에 따른 이상기후 증상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어 이를 개선하기 위한 모두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환경보호는 업체만 노력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정부와 기업, 매장점주, 소비자가 한 마음, 한 뜻이 돼야 가능한 일임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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