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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회는 지금 규제완화 '군사작전' 중


[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상임위원회는 국회의 꽃이다. 입법부로서 국회의 모든 권한은 17개 상임위를 중심으로 행사된다. 새로 제정되는 법이든 고치는 법이든 상임위가 우선 심사한다. 정부 부처별 내년도 예산안과 작년도 결산안 심의도, 대정부 청문회와 국정감사·조사도 우선 상임위를 중심으로 논의된다. 국회의 회기가 열릴 때 각 부처 장관들이 가장 먼저 불려가는 곳이 바로 소관 상임위들이다.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달라는 국민들의 요구가 거세다. 연간 60억~70억원의 특수활동비와 의원실마다 수억원에 달하는 세비만 꼬박꼬박 나눠가지 말고, 입법 활동과 대정부 견제에서 뚜렷하고 납득할 만한 실적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여야 불문 정치권 웃어른 문희상 국회의장조차 "일 잘하는 국회가 되도록 연중무휴 상시국회를 열겠다"는 입장을 누차 강조했다. 그 방편은 상임위, 나아가 상임위 소위원회의 활성화다. 소위란 상임위 안에서도 법안심사, 예산심사를 전담하는 상임위 내 핵심기구다. 그러니까 국회가 일을 잘하려면 상임위가 제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자, 본론으로 들어가자. 요즘 이 상임위들 중에서도 규제개혁 관련 법을 다루는 상임위들이 시끄럽다. 인터넷전문은행법 제정안을 심사 중인 정무위원회가 특히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은 혁신성장을 강조하며 인터넷전문은행을 상대로 은산분리 규제완화를 요구했다. 여야 원내 지도부도 8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30일 본회의까지 인터넷전문은행법을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인터넷전문은행 도입과 은산분리 예외 적용은 박근혜 정부부터 추진된 사안이다. 자유한국당은 기본적으로 환영할 일이지만, 민주당이 과거 야당 시절 강력히 반대한 만큼, 지금 여당 태도가 다소 빈정상할 순 있겠다.

문제는 정무위 내에서 인터넷전문은행법을 둘러싸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은산분리 완화의 핵심 내용인 대주주의 지분율 제한부터 일단 정리가 되지 않았다. 비금융 산업자본의 의결권 있는 지분율 제한을 기존 4%에서 보다 확대하자는 데 여야 의견은 일치하고 있지만 그 기준은 25%~50%까지 제각각이다.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으로 K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이미 설립, 운영 중이다. 여기서 더 추가적으로 인가해 제3, 제4, 제5의 인터넷전문은행을 허용할지도 논쟁거리다. 대주주가 될 산업자본에 대한 신용공여를 허용할지, 이들이 지분증권을 발행할 경우 은행이 매입할 수 있도록 허용할지 여부도 마찬가지다. 은산분리 핵심 원칙인 대기업 사금고화 방지를 어떻게 고수할지도 정리가 안 된 상황이라는 것이다.

가장 근본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 자격으로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을 어떻게 정의할지가 지금 정무위 내 논쟁의 대상이다. ICT는 대단히 모호한 개념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같은 제조업체들도 보는 시각에 따라 ICT 기업들이다. 나아가 '인터넷전문은행' 자체를 어떻게 정의할지, 과연 오프라인 점포를 허용할지 말 것인지도 논란 거리다.

즉, 전혀 준비가 안 되어 있다.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의지는 확고하지만 해당 상임위 내에선 기초적인 합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당장 본회의는 30일, 이번주다. 며칠 남지가 않았다.

그렇다고 정무위 소속 의원들, 위원장과 간사단에게 온갖 비난의 화살과 돌맹이를 던져야 할까.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은산분리 자체가 사회적으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지점인 데다 후반기 국회의 상임위가 구성된 지 불과 한 달만이다. 8월 임시국회는 지난 16일에서야 열렸다. 상임위를 새로 배정받은 의원들이 이제서야 부처별, 기관별로 현안에 관한 보고를 받는 단계다.

이쯤해서 여야 원내 지도부에 물어야 겠다. 뭣이 중하냐고. 상임위는 원래 치열하게, 격렬하게 논쟁하는 곳이다. 그 결과를 토대로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제도를 설계해야 할 곳이다. 여야가 미처 합의도 못한 법안을 여론에 떠밀려 수일 내로 본회의에 상정하는 게 과연 국회의 '일'인가.

현재 여야가 논의 중인 규제개혁 관련 법안은 인터넷전문은행법만이 아니다. 규제 샌드박스(신산업 규제유예) 5개법, 규제프리존법, 서비스발전기본법, 개인정보 이용에 관한 규제완화 등 하나하나가 사회적, 산업적으로 파급력이 만만치 않은 법안들이다. 이들을 둘러싼 소관 상임위 내 논의도 정무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규제혁신은 필요하다. 국내 기업들이 대외적으로 취약한 분야일수록 아마도 절실할 것이다. 그럴수록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진지한 검토와 치열한 논쟁이 이뤄질수록 새로운 제도에 신뢰가 부여된다. 국회가, 여야 지도부가, 그 입법권의 핵심인 상임위를 꼭 이렇게 군사작전 치르듯 몰아붙여야 하나. 그게 정말 최선인가. 8월 임시국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모쪼록 여야 원내 지도부의 신중한 판단을 기대한다.

조석근기자 mys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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