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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세일 百, '한파'에 웃고 '영란법'에 울었다


영하권 날씨에 외투 매출 늘자 두 자릿수 신장…선물세트 판매는 역신장

[아이뉴스24 장유미기자] 신년세일 막바지부터 찾아온 겨울 한파로 외투 판매량이 급증하며 백화점들이 모처럼 함박웃음을 지었다. 지난해 말 '최순실 사태'로 소비심리가 급격히 악화된 데다 따뜻한 겨울 날씨로 외투나 가전·가구 등 목돈이 드는 내구재 구매를 꺼리던 소비자들이 다시 지갑을 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현대·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들은 신년 세일 기간인 지난 2일부터 22일까지 전체 매출이 전년 동요일 대비 두 자릿수 신장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마지막 세일 기간 동안 롯데가 –0.7%, 현대가 –1.2% 등 역신장을 기록한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번 신년 세일 기간 동안 각 백화점별 매출은 롯데가 기존점 기준 21.9%, 현대가 21.1%, 신세계가 36.6% 신장했다.

이들은 12월까지 따뜻한 겨울이 계속되면서 겨울 재고 물량이 늘어나자 세일 초반에 이와 관련한 프로모션을 전진 배치했고 이례적으로 신년 세일 기간 동안 '해외명품대전'도 진행해 매출을 끌어올렸다. 또 세일 후반인 지난주부터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객단가가 높은 외투를 사려는 고객들이 몰려 관련 상품군들의 매출이 급증한 것도 세일 실적을 견인한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의 평균기온은 지난 10일부터 영하로 떨어진 후 매일 영하권에 머물렀으며 지난 22일에는 오후에도 –5.8도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외투 매출이 크게 늘면서 각 백화점별 관련 상품군들의 실적도 호조세를 보였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해외패션(24.3%), 대형가전(33.3%) 등 객단가가 높은 상품들의 매출이 크게 올랐으며 스포츠(14.2%), 모피(10.7%), 아웃도어(3.9%) 등도 신장세를 기록했다. 현대백화점에서도 같은 기간 동안 해외패션(25.1%), 모피 등 여성의류(24.3%), 아웃도어(25.1%), 장갑 목도리 등 잡화(23.1%) 매출이 호조를 보였고 가전(27.1%)을 포함한 리빙(29.1%) 매출도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여성(45.0%), 남성(57.6%), 스포츠(39.3%), 아웃도어(11.3%), 명품(37.1%), 쥬얼리·시계(58.8%) 등 패션 상품군의 매출이 세일 실적을 이끌었다. 또 가전(71.8%), 가구(63.2%) 등 내구재 구매도 활발히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 정현석 영업전략팀장은 "1월 세일에 들어가면서 혹한의 날씨가 지속돼 겨울 외투 판매가 증가해 패션 부문 매출이 신장했다"며 "특히 대형가전, 해외패션 등 객단가가 높은 상품들도 판매가 늘어나 신년 세일 기간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반면 '부정청탁과 금품 등 수수금지법(김영란법)' 시행 후 첫 명절인 이번 설을 앞두고 설 선물세트 판매는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설이 5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점차 '안 주고 안 받는'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퍼지면서 설 선물세트를 찾는 이들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각 백화점별 설 선물세트 판매 실적을 조사한 결과 롯데는 지난 2일부터 20일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신장에 머물렀고 현대는 본 판매가 시작된 9일부터 22일까지 –9.2%, 신세계는 12일부터 22일까지 –3.7%를 기록했다.

특히 이번에는 김영란법 영향으로 5만원 미만의 선물세트들이 인기를 끌면서 기존 인기 품목인 한우, 굴비, 청과의 매출이 뚝 떨어졌다. 롯데백화점에서는 한우, 굴비, 청과의 선물세트 매출 구성비가 지난 설보다 38.4%에서 34.2%로 줄었고 상품군별 매출 역시 축산이 –7.6%, 청과가 –6.1%, 굴비가 –18.7%로 감소세를 보였다. 신세계에서도 축산(-1.9%), 수산(-5.5%), 농산(-3.8%) 등의 선물세트 매출이 줄었다. 그러나 5만원 미만인 건강식품, 생활용품의 판매량은 급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보다 설이 10일 가량 앞당겨지긴 했지만 선물세트 실적이 대부분 역신장세를 보여 신년세일 실적에는 전혀 도움되지 않았다"며 "이번 설은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들도 서로 선물을 주고 받는 것을 꺼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구매가 활발히 일어나지 않아 선물세트 매출이 역신장을 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말에는 국내외 정서가 불안정해 소비 심리가 악화되면서 유통업계가 힘든 시기를 보냈으나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가결된 이후 조금씩 회복되는 분위기"라며 "신년세일 실적만으로 아직 판단하기에는 이르지만 패션이나 내구재 소비가 크게 늘어난 것을 볼 때 소비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업계의 시각과 달리 소비심리는 아직도 회복되지 않은 모습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서울 및 6대 광역시 1천여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올해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 전망치가 89로 집계됐다. RBSI가 80점대를 기록한 것은 2013년 1분기 이후 4년만이다.

신세계백화점 박순민 영업전략담당은 "연초 소비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신년세일 실적이 호조를 보이며 올해 매출의 긍정적인 신호를 보이고 있다"며 "설 선물 특수와 춘절기간 중국인 대상 프로모션도 잘 준비해 꿈틀거리는 소비심리를 잘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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