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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호 1기 '2017 APBC'②-경험·성장·자부심의 기회


결과보다 과정에 더 비중…'한일전' 등 성장할 수 있는 기회 제공

[조이뉴스24 김지수기자] 대한민국 야구의 살아있는 전설 선동열 감독이 독이 든 성배를 받아들였다. 선 감독은 지난 7월 초대 야구 국가대표팀 전임 감독에 선임됐다. 오는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지휘봉을 잡는다.

선 감독의 첫 시험대는 오는 11월 일본에서 열리는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이다. 대한민국과 일본, 대만 3개국이 참가하는 이 대회는 만 24세 이하·프로 3년차 이하의 선수들이 참가한다. 선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회의를 거쳐 지난 10일 25명의 최종 엔트리를 확정했다. 11월 16일 일본과의 대회 개막전을 시작으로 이튿날 대만과 경기를 갖는다. 이 두 경기 결과에 따라 일본 혹은 대만과 결승전을 치른다.

대표팀은 올해 3월 안방에서 열렸던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1승2패로 예선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이스라엘(1-2 패)과 네덜란드(0-5패)에게 무릎을 꿇은 뒤 졸전 끝에 대만(11-8)에게 겨우 승리를 거뒀다. 기대 이하의 경기력과 논란이 가득했던 선수선발까지 대표팀은 팬들의 신뢰를 잃었다.

선 감독과 태극마크를 달게 된 25명의 선수들의 어깨는 무겁다. 실망감을 안겼던 팬들의 마음을 달래고 '세대교체'와 '성적'이라는 성과까지 함께 보여줘야 한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이번 대회는 대한민국 야구의 미래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결과보다 과정, 경험이라는 자산 얻어야

선 감독은 이번 대회의 초점을 '성장'과 '경험'에 맞추고 있다. 연령과 연차에 상관없이 최대 3명까지 선발 가능한 와일드 카드를 활용하지 않았다. 젊은 선수들을 한 명이라도 더 일본으로 데려가기 위한 선택이었다.

선 감독은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당장의 성과도 물론 중요하다. 특히 한일전을 쉽게 지나칠 수 없는 경기"라면서도 "젊은 선수들에게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봤다. 태극마크를 달고 도쿄돔 그라운드를 밟아보는 것 하나만으로도 선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와일드 카드 미선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선 감독은 또 "KBO리그가 자칫 잘못하면 침체에 빠져들 위기에 처해있다고 보고 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대표팀 감독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며 "크게 그림을 그려보면 젊은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성장시키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도쿄 올림픽까지 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이번 대회 목표를 분명히 했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 기대

APBC은 우리 나라와 일본, 대만의 젊은 선수들에게 국가대항전 출전의 기회와 각국의 유망주와 스타 선수들을 발굴하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세대교체를 목표로 하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젊은 선수들에게 국제 대회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됐다.

장성호 KBS N 스포츠 야구해설위원은 "우리 선수들이 이번 대회를 통해 얻은 국제대회경험이 향후 성장에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장 위원도 프로 5년차이던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국가대표로 선발돼 첫 국제대회 무대를 밟았다.

장 위원은 "우리 선수들이 기량이 뛰어난 일본 선수들을 보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돌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어린 나이에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되면 자아도취에 빠질 수 있다. 국제 대회에서 실력이 뛰어난 다른 나라 선수들을 보면 야구를 대하는 태도가 더 겸손해진다."고 말했다.

장 위원은 이어 "경기 결과를 떠나 많은 것을 배워올 것이다. 나도 시드니 올림픽 때 마쓰자카 다이스케(현 소프트뱅크 호크스)에게 3연타석 삼진을 당했었다.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며 "대회가 끝난 뒤 한국으로 돌아와서 더 이를 악물었다.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태극마크에 대한 자부심 되새겨야

선 감독은 지난 8월 감독 취임 당시부터 선수들에게 '태극마크'에 대한 자부심을 수차례 강조했다. 최근 젊은 선수들이 과거와는 달리 국가대표팀에서 보이는 태도가 달라진 것 같다는 아쉬움도 함께 나타냈다.

KBO리그의 흥행과 경기의 질을 높이는 것 못지않게 대표팀의 성적 역시 중요하다. KBO리그가 '봄'을 맞이할 수 있었던 건 대표팀의 선전 덕분이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시작으로 2009 제2회 WBC 준우승, 2010 광저우 아시안 게임 금메달까지 국제대회 호성적은 야구의 폭발적인 인기로 이어졌다.

2015 시즌부터 정착된 10개 구단 체제도, 광주·대구 등 새 야구장도, 선수들이 누리고 있는 FA 대박도 대표팀의 선전이 없었다면 모두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똘똘 뭉쳐 한국 야구의 위상을 드높였던 선배들의 투지가 없었다면 지금의 결실도 불가능했다.

지금 KBO리그가 누리는 대부분의 혜택은 대표팀의 영광으로부터 시작됐다. '태극마크'를 달고 투혼을 불사르며 명승부를 선사하자 팬들은 사랑으로 보답했다. 25명의 선수들이 선 감독이 이야기한 '태극마크의 자긍심'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이번 대회에 임하길 기대해 본다.

조이뉴스24 김지수기자 gsoo@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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