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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사기꾼들-12] 유령과 결혼한 남자의 결혼스토리


 

신용카드 연체금을 갚지 못해 사기죄로 고소된 박진교(남, 36세)씨. 신용카드라곤 써 본 적이 없기에 황당했다. 뭔가 잘못됐겠지 생각하고 무심하게 경찰조사를 받다가 기절할 뻔 하였다. 자기 명의로 발행된 카드는 자기 아내라는 김영희(여, 36세)가 받아 쓴 것이다.

주민등록대로 김영희라는 여인을 수소문하여 확인해보니, 진짜 자기 아내 김진옥(여, 48세)의 이복동생이었다. 진교는 자기 아내 정현지, 아니 김진옥의 이야기를 듣고 귀신에 홀린 듯 정신이 어질하였다. 이제 살면서 가졌던 알 수 없는 의구심의 정체를 알 것 같았다.

7년전, 이혼하고 딸아이와 함께 살던 어느 날, 친구의 아내의 친구라는 정현지를 소개받았다. 친구부부와 함께 저녁을 하게 되었는데, 친구의 아내가 현지를 부른 것이다. 진교는 29세의 미혼녀라는 현지를 소개받는 순간 첫눈에 반했다. 참한 인상에 어딘지 모르게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현지. 하지만, 딸자식이 딸린 이혼남으로선 적극적일 수 없었다.

오히려 고맙게도 현지가 적극적으로 진교에게 다가왔다. 둘은 7개월간 연애 끝에 결혼하였다. 현지는 결혼하여 함께 살게 된 시부모님도 극진히 모시고, 진교의 딸도 정성껏 돌봤다. 시댁 친지들이 들락거리는 걸 고깝게 생각해 투덜거리다 나간 전처와는 달리, 시고모와 같은 가까운 친척분이 오시면 30분 간격으로 상을 들여가며 극진히 대접하였다.

딸도 너무 이쁘게 잘 키웠다. 부지런하고 붙임성이 있으며 싹싹한 현지는 음식솜씨도 좋았다. 손님치레 음식을 만들 때 넉넉히 만들어 동네 어르신들에게 꼭 나누어 주었다. 이러니, 동네 주민들도 "젊은 여자가 어른 공경할 줄도 알고 좋은 며느리 얻었다"고 칭찬이 자자하였다. 진교는 아무 보잘 것 없는 자기를 하늘같이 받들고 사는 아내가 항상 고마웠고, 너무 행복했었다.

살면서 이상한 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자기는 재혼이지만 초혼인 현지를 생각해 결혼식은 성대하게 해 주고 싶었는데 현지는 한사코 결혼식을 마다하였다. 혼인신고도 하지 않았다. 아이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고 종용해도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차일피일 미루더니, 결국 아이 학교 보낼 때가 되어서야 혼인신고를 했다. 또 현지는 사진 찍는 걸 몹시 싫어했다. 결혼 7년 동안 함께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다. 지금 살펴보니 아이 돌잔치 때 찍은 사진도 없었다.

경찰에 조사를 받을 때, 경찰은 물론 자기도 미궁에 빠져 들었다. 정현지라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유령인물이었다. 자기 아내라고 혼인신고 되어 있는 김영희를 찾아가 가지고 있는 언니 김진옥의 사진을 보았을 때 비로소 속았다는 걸 알았다. 자기보다 12살이나 많은 김진옥을 같은 나이인 줄 알며 아이 낳고 오순도순 살았던 지난 7년간이 꿈처럼 느껴졌다. 김영희를 통해서 들은 김진옥의 이야기는 더욱 놀라왔다.

김진옥은 유흥가에서 잔뼈가 굵은 여자였다 한다. 거칠고 억센 그 세계에서 기죽지 않고 40대까지 살아남은 여인이었다. 전과도 있었다. 사기 2범에다 사소한 식품위생법위반, 청소년보호법위반으로 숱하게 징역도 살고 벌금도 물었다. 그렇게 험하게 살던 김진옥은 어느 날 김영희를 찾아와 자기도 양지에서 평범하게 한 번 살고 싶다고 하면서, 요리학원도 다니고 파출부로 남의 집 살림도 하러 다니더니 어느 날 사라졌다고 한다.

웬일로 그 때 자기를 찾아왔나 했더니, 신분과 나이를 속이기 위해 자기 주민등록증을 가져가려고 그랬던 것 같다며, 언니가 보통사람이 아니니 신용카드 말고 다른 거는 무사한 지 한 번 알아보라며 귀띔을 하였다.

알아보니 정말 가관이었다. 김진옥이 남편인 박진교의 명의를 도용해 빼돌린 금액은 홈쇼핑, 현금서비스, 카드깡 등 카드를 이용한 것이 2억 4천만원, 금융기관과 이웃주민들에게 빌린 돈도 6천만원이나 되었다. 더욱이, 김진옥이 알 터가 없는 자기 명의의 종중 땅 3천평(시가 9억원)에도 금융기관과 사채업자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다. 총 6억쯤 해 먹었나 보다......

세상에 이런 일이!아내는 이 사건이 터지기 얼마 전 지방에 사는 친한 친구가 죽었다며 내려 간 이후 소식이 없다. 경찰이 지명수배를 내린 지 오래지만 아직 머리카락도 발견되지 않았다. 자기는 7년간 유령과 함께 살았던 것 같다.

시부모님 잘 모시고, 남편 대접 잘하며, 아이들과 오순도순 했던 그 유령의 모습은 자기를 위장하기 위한 속임수였을까? 진심이었을까? 자기를 만났을 때부터 사기 치려고 했을까? 살다보니 돈이 많이 필요해 어쩔 수 없이 그랬을까?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그녀, 도대체 진실은 어디까지일까?

//콘텐츠 제공= '인터넷 법률시장' 로마켓(http://www.lawmark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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