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CEO스토리] 이동헌 네오엠텔사장(3)- 운명론자가 되어가나?


 

우리 회사 사무실은 한 때 벤처의 메카로 상징되던 테헤란로에 위치해 있고, 나는 그동안 테헤란로에서 수많은 벤처들의 생성과 소멸을 지켜봐왔다. 하나의 벤처가 생겨나서 위대한 기업이 되기까지 과정은 마치 이른 봄, 소나무 씨가 바람에 흩날리다 어딘가에 떨어져 자리를 잡고 뿌리를 내려 마침내 큰 아름드리 소나무가 되는 과정과 같다.

이러한 과정을 생각해보면 물론 그 씨가 아주 좋은 놈이어야 하겠지만 언제, 어느 곳에, 어떻게 떨어져,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에 대한 문제의 비중이 너무도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씨앗이 떨어진 곳이 척박한 도시의 아스팔트인지, 비옥한 산의 조용한 등성인지, 비가 많이 오는지, 겨울의 수은주가 얼마나 내려가지는지에 따라 각각의 건강한 씨앗은 그 운명을 달리하는 것이다.

우리 회사의 이력을 보면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창업 직후 나는, 우선 독점적인 사업구조로 시작해보려고 A사를 찾아가 제안을 했다. 그러나 너무나 진전이 없어 낙심하고 있던 어느날, 별 기대도 없이 B사를 방문하게 되었다.

우연하게도 마침 방문한 그 날은 B사가 어떤 업체의 기술을 채택하기로 한 최종일이었다. 정지 영상이나 텍스트가 전부였던 당시에 동영상을 실현시킨 우리 기술은 아주 획기적이었기 때문에 결국 결정을 뒤집고 B사와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하루만 늦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날의 방문은 담당자마저도 신기해 할만큼 아슬아슬한 타이밍이었다.

이런 식의 우연은 해외사업을 진행할 때에도 자주 발생했다. 사업 초기, 회사는 이런저런 시행 착오를 거치면서 어렵게 해외의 한 유명업체와 사업을 개시했다. 그러나 뒤늦게 그 회사에는 우리의 사업모델을 뒷받침할 만한 시스템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좌우할 수 없는 것들의 비중이 너무도 크다는, 이런 운명론적인 생각은 세상을 바꿔 보겠다는 꿈을 가진 벤처 기업가에게는 어울리지 않을 지도 모른다. 나는 사업을 시작한지 4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운명론에 대해서는 과거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느끼고 있다. 그러면 나는 운명론자로서 운세나 보고 점집이나 찾아 다녀야 한다는 말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운명은 준비된 자만이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말이 맞기 때문이다.

소나무 씨로서의 나 자신이 유일하게 의지를 갖고 할 수 있는 것은 치열한 자기 수련이 아닐까? 바람이 불어오면 힘껏 날아올라 새로운 땅으로 갈 수 있는 건강을 유지하고, 언제든 물이나 양분이 오면 그것을 내 것으로 섭취해서 클 수 있는 부지런함, 작은 벌레가 탐을 내면 쓴 독성 물질이라도 내보내어 생존하려는 방어능력이 바로 아름드리 소나무가 되기 위한 부단한 자기 수련일 것이다.

그리고 곧게 안테나를 곤두 세우고 도대체 어떤 운명이 내게 스쳐가는 바람처럼 다가올 것인가도 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운명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의 자세이며 운명을 개척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회사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한 때 유행처럼 많이 팔렸고 또 지금도 각광 받는 도서 테마 중의 하나가 처세술에 관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한 책을 읽어 보면 예외 없이 상반된 두 가지 처세법을 교묘하게 간격을 띄워서 얘기하곤 한다. 예를 들면, 한가지에 신념을 가지고 집중있게 몰두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리스크를 분산하여 가야 한다고도 말한다. 결국은 상황 논리인 것이다. 같은 환경, 운명 속에서 어떻게 상황을 판단하고 어떤 준비된 해답을 제시하느냐가 승패를 좌우하는게 아닐까?<계속>

, 사진=이원기기자 yiwongi@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CEO스토리] 이동헌 네오엠텔사장(3)- 운명론자가 되어가나?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