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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리미노이드(247회) …제8장 메시아의 눈물 (48)


 

- 아버지가 죽어? 죽으면 마음이 아파. 아파.

무카이는 파르르 떨면서 사정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을 제대로 오래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와 눈이 마주치면 두통이 일어 머리가 깨질 것만 같았다.

- 왜 나를 안 봐?

- 머리가 아파서….

- 내가 나쁜 상태. 나 화가 났다. 내 눈 보지 마. 죽어.

무카이가 바닥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미타는 조금 어이가 없었다. 지금껏 그의 마음 속 말을 제대로 알아듣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무카이는 달랐다. 그녀는 정확히 자기에게 응답하고 있었다.

- 이름.

- 무카이….

- 내 말을 들어?

- 네….

- 난 입도 열지 않는 걸?

- 그래도 들어요.

- 어떻게?

- 마음소리를 들어….

그러자 갑자기 아미타가 소리내서 웃었다. 마음을 읽은 것은 무카이가 아니라 자기였다. 대화를 주도한 것도 자기였다. 그녀가 벙어리라는 것을 알고는 그녀에게 텔레파시로 대화를 걸어본 것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마치 자기가 내 마음을 읽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저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주 오랜만에 웃게 되자 아미타는 웃음을 그치지 않기 위해 일부러 더 킬킬대며 웃음을 이어나갔다.

그가 한참동안 거칠게 미친놈처럼 큰소리를 내서 웃자, 무카이는 불안한 심정이 되어 슬금슬금 앉은걸음으로 문 쪽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나 아미타가 성큼 그녀의 앞길을 막아섰다. 그리고는 그녀를 번쩍 들어올려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 침대 위에서 무카이는 손에 잡힌 참새처럼 바들바들 떨었다.

- 내 방에 왔어? 뭐 하려고?

- 유혹하려고….

- 유혹? 그게 뭐야?

- 네?

무카이는 멍하니 아미타를 올려다보았다. 다 큰 청년이지만 말투는 어린아이 같았다. 사용하고 있는 단어도 한정적이고 문장도 불안했다. 게다가 유혹이라는 단어를 알 지 못하고 있을 정도라면 그 수준은 알고도 남을 만 했다. 잠시 눈을 마주쳤지만, 두통이 일지는 않았다. 그것은 다행이었다.

“나 보면 죽어.”

무카이가 빤히 바라보자, 아미타가 얼른 손을 뻗어 그녀의 눈을 가리며 말했다. 그것은 진심이었다. 조금 장난기가 발동하기도 했지만, 아미타는 무카이와 오래도록 얘기하고 싶었다.

아미타의 큰손은 무카이의 얼굴을 다 가리고도 남았다. 얼굴을 가리고 나니 그녀의 가슴이 보였다. 여자의 가슴은 엄마를 제외하고는 처음이었다. 그는 그녀의 가슴에 가만히 손을 대보았다. 따뜻했다.

- 유혹? 뭐지?

아미타가 무카이의 가슴을 만지며 물었다.

- 자는 거.

- 자?

- 같이 잠을 자는 거.

- 나하고?

무카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 왜?

- 살아야 하니까.

- 같이 자지 않으면 죽어?

- 네….

- 그럼 자.

아미타는 진심으로 말했다. 그는 얼른 침대로 올라가 누웠다. 그리고 무카이를 붙잡아 눕혔다.

/이대영 중앙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animorn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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