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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 모습이 선진국? G7의 굴욕


[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지난 3월 20일 기준 코로나19 대유행 세계현황을 살펴보자. 중국은 확진자 8만967명, 사망자 3천248명으로 확진자 기준 여전히 세계 1위다. 다만 확진자는 전날보다 38명, 사망자는 3명 늘었다. 지난 1월 말 후베이성 우한시를 중심으로 하루 수천명씩 확진자가 증가한 사태 초기에 비하면 크게 안정된 모습이다.

그 다음 나라들이 중요하다. 이탈리아가 누적 확진 4만1천35명, 사망자 3천405명으로 사망자 기준 세계 1위다. 이란이 확진 1만8천407명 사망 1천284명, 스페인 확진 1만8077명 사망 831명, 독일 확진 1만5천320명 사망 44명, 미국 확진 1만4천363명 사망 217명, 프랑스 확진 1만995명 사망 372명 순이다.

한국이 그 뒤를 잇는다. 누적 확진 8천652명(사망 97명)으로 확진자 기준 세계 8위다. 불과 2주 사이 확진자 기준 2위에서 순위가 크게 내려갔다. 스위스가 확진 4천222명 사망 43명, 영국 확진 3천269명 사망 144명으로 그 다음 순이다.

일본은 본토와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포함 확진 1천668명 사망 40명으로 확진 기준 17위다. 정권 차원에서 검사 빈도를 낮춰 상대적으로 안전한 나라인 듯 연출되고 있으나 실상은 현재까지 집계된 통계와 순위만으로도 결코 그렇지 못한 형편이다.

원래 G7은 세계적인 선진국 그룹을 일컬었다. 정치체제, 경제구조, 사회적 의식 수준에서 마치 세계 표준처럼 받아들여진 선도국들이다. 그런데 앞선 코로나19 감염 세계현황을 보면 경악스럽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 이탈리아, 독일, 미국, 프랑스, 영국, 일본까지 캐나다를 제외한 이 G7 국가들 모두가 코로나19 감염병의 세계적 대확산 중심국으로 부상했다. 불과 2주 사이 벌어진 일이다.

전혀 준비되지 않은 대재난에 처한 이 선진국들의 현실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다. 국경의 장벽을 초월한 자유무역으로 전 지구적 세계화를 밀어붙인 바로 그 나라들이 지금, 너도나도 겁에 질려 국경을 폐쇄하고 있다. 심지어 자국민의 이동을 전면 금지하고 아시아인에 대해 끓어오르는 인종혐오마저 방치하고 있다. 정말 우리가 경제 선진국으로 인식해온 그 나라들의 모습이 맞는가.

감염병 차단은 결코 선진적 의료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국가적 자원을 총동원 해야 하는 고도의 행정력이 그 첩경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가간 대규모 전쟁을 의미하는 총력전과 유사한 성격이라는 것이다.

공공 부문과 민간의 의료 인프라 및 전문인력은 기본이다. 여기에 국가 차원 건강보험 체계의 뒷받침이 있어야 하며 보건 당국에 대한 적극적 권한 위임이 필수다. 서로 다른 정부 부처들과 지자체 사이의 일사분란한 지원 체계와 민관 협력을 이끌 투명한 정치적 리더십도 반드시 요구된다. 즉 민주적 거버넌스가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중국에서 속출하며 세계적 이슈로 부상하기 시작한 1월말로 돌아가보자. 우리 보건 당국은 물론 정부 각 부처와 전국 지자체, 방역 최전선의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은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숨가쁜 2개월을 보냈다.

질병관리본부 중심의 방역 체계가 가동되고 철저한 역학조사가 진행되는 한편 코로나19 유증상자 및 접촉자들에 대한 광범한 진단이 이뤄졌다. 휴대폰 재난경보 메시지는 때때로 귀찮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지역별 현황과 확진자 동선을 빈번하게 전달했다. 전세기를 동원한 교민 철수와 격리시설 확보도 실시간 가까이 이뤄졌다.

코로나19 감염병 진단과 치료비용 대부분은 국가가 부담한다. 지자체는 자가격리 중인 사람들에게 생필품과 생활비 일부를 제공했다. 교인 24만에 이르는 신천지예수교에 대한 감염 여부 전수조사가 이뤄지는 한편 갑자기 수요가 폭증한 마스크·세정제 등 위생용품 수출입 통제와 시장교란 행위 단속도 이어졌다. 소방관들, 의사들, 간호사들, 일반인 자원봉사자들이 일제히 대구시내로 집결했다. 그리고 지금 이순간도 헌신 중이다.

그 2개월 동안 G7 국가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나. 앞다퉈 국경을 틀어막고 자국민의 이동을 금지하고 있지만 지금도 한국은 입국절차를 한층 엄격히 할 뿐 출입국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는다. 코로나19 진단과 진료에서 외국인을 차별하지도 않는다. 세계 10위 교역대국이면서 민주국가 다운 열린 접근이다.

무엇보다 국민에 대한 기본권은 여전히 존중된다. 감염병 피해의 90%가 집중된 대구경북 지역이라도 이동과 영업의 자유는 아직까진 지켜지고 있다. 적어도 세계적인 코로나19 사태에서, 진정 어느 나라가 선진국인가. 각 국의 피해상황을 전달하는 외신발 기사들을 접할 때마다 떠오른 의문이다.

감염병 사태는 결코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세계적으로 확산일로인 만큼 한국도 언제 다시 악화될지 모른다.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가 어려운 글로벌 경기침체도 예상된다고 한다. 한국을 비롯한 각 국의 감염병 사태 대응에 대한 평가는 이 거대한 위기가 조금이나마 수습된 다음 더 명확히 이뤄질 것이다. 지금은 감염병 확산과 경기급락을 최대한 저지하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될 때다.

다만 겁 먹진 말자. 한때 국내 정치권은 온통 '선진화' 담론으로 떠들썩하던 시절이 있었다. 미국, 유럽 등 소위 '선진국'에 대한 동경 때문이다. 1인당 국민생산이 2만달러를 넘어서던 2010년대 초입부터 쏟아지던 얘기다. 우리나라는 이미 충분히 좋은 나라다.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대재난이 역설적으로 그 사실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위기도 결국 극복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늘 그래왔기 때문이다.

조석근 기자 mys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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