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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티맥스, 현대차 그리고 오라클


[아이뉴스24 김국배 기자]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 티맥스데이터가 최근 현대·기아차와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사업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맺어 업계 관심을 받았다.

이번 MOU로 티맥스는 현대차에 자사 DB '티베로'를 공급하게 된다. 구체적인 계약기간과 규모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장기 계약으로 티베로 사상 최대 규모의 '빅딜'이라는 말도 들린다.

특히 이번 거래가 눈길을 끄는 것은 국산 티베로가 글로벌 톱5 자동차 회사 현대차의 '메인DB'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 때문이다. 대기업들은 가장 중요한 시스템 중 하나인 DB시스템에 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오라클 DB를 써왔다. 현대차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서정식 현대차 최고정보책임자(CIO)는 "앞으로 2~3년 내 티베로 비중을 몇 배로 늘릴 것"이라며 변화를 예고했다. 오라클을 모두 대체하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오라클과 티베로 비중이 역전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얘기다. 이미 티베로 비중은 두 자릿 수 이상이라고 한다.

물론 티베로가 하루아침에 현대차의 메인DB 위치까지 오른 것은 아니다. 현대차가 티베로를 처음 도입한 것은 지난 2009년이다. 이후 4년이 지난 2013년 표준DB가 됐고, 지난해가 돼서야 핵심 업무을 포함한 전체IT시스템의 표준 DB로 선정됐다. 이날 MOU 체결까지 무려 10년이 걸린 셈이다.

티맥스 측은 "수년간 성능 검증을 거쳐 2013년 표준DB 제품으로 등재됐다"며 "이후 무제한 사용계약(ULA)을 통해 지금까지 총 320여 개 업무시스템에 성공적으로 티베로를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DB시스템은 업무 중요도에 따라 0~4등급으로 나뉜다. 지금까지 티베로가 적용된 가장 높은 등급은 2등급이었다. 앞으로 0등급이나 1등급에도 티베로가 적용되는 사례가 나올 수 있게 됐다.

사실 티맥스와 현대차의 인연은 더 오래됐다. 현대차는 2003년에도 IBM 미들웨어 제품 '웹스피어' 대신 티맥스 '제우스'를 선택했다. 제우스는 그해 국내 웹애플리케이션(WAS) 시장 1위로 올라섰다. 제우스는 지난해에도 시장 점유율 43.8%를 차지하며 여전히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아마도 티맥스는 DB시장에서도 이같은 성공 방정식을 기대하지 않을까 싶다. 쉽지 않겠지만, 티맥스에 좋은 기회인 것은 분명하다. 현대차라는 '대형 고객사례'를 확보한 효과에 더해 티베로가 한단계 발전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실제로 현대차는 티베로를 통해 DB 다각화 사업을 수행하며 DB 운영 현장 상황을 티맥스데이터에 충분히 제공하기로 했다. 티맥스데이터에서 제공하는 DB 운영 선진화 방안도 적극 반영하게 된다. 또 티맥스는 현대차가 제공하는 운영 현장 정보를 바탕으로 DB 기능을 고도화하고 지원방안을 제공하게 된다.

DB 시장의 역학관계도 이번 협력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다. 'DB 제왕' 오라클은 국내 최대 고객 중 하나인 현대차에서 DB 비중이 줄어드는 것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가뜩이나 DB시장에서 아마존웹서비스(AWS) 등의 거센 도전을 받는 가운데 티맥스에까지 일격을 당한 것이다.

당장 오라클에 큰 위협이 되진 않겠지만, 오라클 일변도이던 DB 시장 분위기가 최근 달라지고 있는 것도 맞다. 현대차에 올라탄 티베로가 DB시장에서 어디까지 '전진'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국배 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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