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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작가의 러브레터] 내 똥은 내가 관리한다


나는 어려서부터 변비가 심했다. 할머니로부터 ‘저 년은 할 걱정이 없어서 밥 먹고 똥 쌀 걱정만 한다’고 지청구를 들을 정도였다. 누군가는 나더러 욕심이 많아서 그렇다고 했다. 안으로 들이기만 하고 내놓기를 싫어하는 탓이라나. 어쨌거나 나는 원할 때마다 아니, 적어도 하루에 한 번씩 시원하게 똥을 누는 것이 거의 소원이 된 사람이다.

산 속에서 남편과 단둘이 살게 되면서 집을 짓느라고 야영생활을 할 때는 숲 속에 간이화장실을 지어놓고 그곳에서 볼 일을 보았다. 간단한 칸막이 옆에 놓여있는 삽을 들고 자신의 결과물을 처리해야 했다. 양변기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맨 땅에 쭈그리고 앉아서 볼일 보는 것이 쉽지 않았다. 가뜩이나 시간도 많이 걸리는데 오래 앉아서 버티다 보면 나중에는 다리가 저려서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고즈넉하고 조용한 숲 속에서 새소리를 들어가며 볼 일을 보는 일은 그런대로 쾌적했다. 한 여름에는 모기들의 공격이 무서웠지만 에프킬라를 준비하고 용감하게 화장실로 향하곤 했다.

오두막이 완성되고 나서 남편은 부엌 한 편에 양변기를 설치했다. 두엄더미와 연결된 나름 ‘친환경화장실’을 만든 것이다. 수도가 없기 때문에 한번 물을 내리고 나면 수동식으로 물을 부어놓아야 하는 불편이 있긴 하지만 수세식이라 편리했다. 가을까지는 몰라도 영하 20도를 밑도는 혹한기의 산 속 생활에서 한 겨울의 노천 내지 실외 화장실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런데....이 편리한 화장실을 사용하는데 문제가 있다. 나는 화장실을 사용할 때 방해 받지 않는 혼자만의 시간을 무척이나 중시하기 때문에 방문 바로 앞에 있는 이 화장실에서는 볼 일이 순조롭게 봐지지 않는다. 게다가 부엌과 현관과 한 공간이기 때문에 장시간 앉아있기도 쉽지 않다. 나는 날씨가 조금이라도 덜 추우면 여전히 숲 속의 간이화장실을 찾곤 했다. 엉덩이가 얼어 들어오고 다리가 저린 걸 무릅쓰고 말이다.

남편은 나더러 자기가 단시간에 쉽게 똥을 누는 법을 가르쳐주겠다고 나섰다. 가만히 누워서 창자에 정신을 집중하고 편하게 호흡을 가다듬으며......운운......

나는 단호하게 외쳤다. -그냥 놔둬. 내 똥은 내가 관리할거야.

남편은 배를 잡고 웃으며 내게 말했다. -여보, 똥 관리라는 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니야. 내가 노하우를 가르쳐준다니까. 당신처럼 만성적으로 관리가 잘 안 되는 사람은 일정한 수련이 필요하다구.

나는 다시 한 번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야. 필요 없어.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가는데 먹는 것을 자기 힘으로 해결해야 하듯이 배설 정도는 자기 힘으로 해나가는 게 맞아.

남편은 다시 한 번 불쌍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며 설득한다. -내가 잘 관리해줄게. 나한테 맡겨.

아무리 사랑하는 남편이라고 해도 그것만은 사절이다. 자존심을 걸고 내 똥은 내가 관리할거다.

/ 문영심(피플475(http://wwww.people4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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