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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텐 서녕의 세레나데]심오한 바둑 삼매경
2009년 02월 11일 오후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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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이 헐레벌떡 문을 밀고 들어오면서 “사장님! 나 그 아저씨들 봤어요! 그 왜...홀쭉하고 뚱뚱하신 분 있잖아요? 맨 날 같이 다니시는 분들...!!”

예진인 겉절이 밑에 졸로 들어온 스물 한 살 새내기 식구다.

본인이 손 예진이라 불러 주길 간곡히 요청 하길래 우리 모두 쫄면 한 그릇씩 얻어먹고 예진이라 불러주곤 있는데 부를 때마다 낯 간지러워 긁어줘야 할 판이다. 진짜 손 예진이 닮았으면 여기서 이러고 있을 리 만무인건 아실 것이고...하지만 애교 하나는 울트라 초강력 메가톤급 이다. 솔직히 원걸에 소희를 좀 닮은 것 같긴 하다.

대딩 2년에 전공이 영문학인 예진이 입사한지 일주일도 안됐을 때 때마침 외국인 두 명이 첫 손님으로 들어 왔었다.

물수건을 열심히 세탁 하고 있던 예진이 하이 보이스로 ‘웰 컴’ 하면서 달려 나가 두 사람을 bar에 앉혔는데 그 쪽에서 메뉴판을 달라고 했던 모양이다. "아음,,,아음......잠깐만요! 웨 이러 미~닛!"

양 손바닥을 외국인들 면상 앞에 까딱까딱 디밀어 보이고는 나한테 쫓아오는 것이었다. “사장님! 메뉴 판 달라는 거 같은데 메뉴는 알겠는데 판은 영어로 뭐라 그래요??” ㅋ ㅋ ㅋ...... 노력이 가상하다. 그냥 메뉴판 갖다 주면 될 일인걸 그래도 한마디 붙여 보겠다는 열정이 예뻐 보인다.

참 톡톡 튀는 친구다. 냉장고 광고 중에 신선 칸이라면서, 생선이 꼬리를 탁탁 털면 물기가 사방으로 튀는 장면 보신 적 있을 거다. 딱 그거 생각나게 하는 친구다. 신선도 게이지 만~땅!!

예진이 밖에 나가는 걸 워낙 좋아해 자질구레한 심부름은 자청해서 하고 있는데 이 날도 마트 갔다가 건너편 삼겹살집으로 들어가던 두 남정네가 딱 걸린 모양이었다. "어머~ 안녕하세요? 고기 드시러 가시나 봐요~ 호호~~"

나이가 어려서인지 예진인 눈으로 보고 바로 말로 터지나 부다. 중간단계인 잠시 생각하는 기관은 스피드시대라 그런지 통과해 버리고 그쪽이 아는 척 해줬으면 하는지 아닌지 내 일 아니라는 듯 관심도 없다. 일단 아는 사람이니까 불러 세운 모양 이었다. 멋쩍게 이 두 양반이 뭐 들킨 사람마냥 "이따 가께요~~"하면서 들어가는 걸 보고 와서는 지금 헉헉거리며 일러바치고 있는 것이다.

졸지에 뚱뚱이와 홀쭉이로 짝 지워진 이 분들은 조샘과 박씨 아저씨. 바둑 선생님과 제자로 만나 바둑 두는 날은 꼭 술을 먹읍시다! 하고 도원결의를 했는지 밥 대신 술로 시작해 마무리를 맥주 한 짝으로 하시는 그야말로 프로 주당이시다. 바둑이 목적인지 술이 목적인지 가히 의심이 갈 지경이다.

우리 집에 처음 온 날 물어봤다. “어떻게 오시게 되셨어요? 저희 집이 2층 이라 잘 안 보였을 텐데?” “나는 쪽 팔린다고 가지 말자, 가지 말자 그랬는 디... 조 선생이 간판 밑에 BAR OPEN 이라는 현수막 보고 뭐 볼펜이라도 한 자루 줄 거라 그래서 들어 왔지 유~. 근데, 오픈 한 지 2년도 넘었다믄서유~. 이거 우롱 하는 거 아니유?”

<맞다!! 오픈할 때 걸어 놓은 현수막을 걷어 낼 사람이 없어서 해를 넘기도록 걸어놓고 있었다. 사실 잊어 먹고 있었는데 이렇게 두 분을 끌어다 주는 효자 노릇을 할 줄이야~ ‘걸레로 쓸 때까지 계속 걸어 놔야겠다. 흐흐’>

우롱 아닌 우롱죄에 걸려 볼펜 대신 담배 두어 갑 사다 안겼더니 일주일에 한 두 번은 꼭 들렀다 가시는 단골이 되셨다. 바둑이 끝나면 바둑 얘기 안주 삼아 쇠주로 콧잔등에 곤지 찍고~. 2차로 우리 집서 맥주가 술이냐며 볼따구에 연지 찍고~. 술로 연지 곤지는 잘 찍는데 정작 갈빗대는 폭풍 한설 몰아치는 올드 총각들이다. 얼마 전에도 초저녁에 한 잔을 걸치고 오셨기에 마침 가게가 조용하여 결혼들 안 할 거냐는 객쩍은 질문을 한 적 있다.

바둑 잘 두시는 조샘은 무조건 안 가신단다. 일명 독신남이라는데 그러기엔 노후가 좀 걱정 되는 케이스다. 바둑판 앞에 놓고 돌로 굳을 심산 아니라면 지금부터라도 싱싱한 애들 보다 몇 곱절은 더 노력해야 할 텐데 뭘 믿고 저러나 모르겠다. 야구장 앞에 새벽부터 침낭 들고 노숙하여 코리안 시리즈 표 구해야 한다는 걱정은 하면서 짝 구해야 한다는 걱정은 왜 안하는지 도무지 미스테리다. 바둑을 너무 오래 접했나? 혹 거기에 남(male) 솔로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까지도 무슨 비법이 있는 걸까?

박씨 아저씬 선 봐서 간다는 쪽이다. 단, 선 본 사람과 세 번째 만났을 때까지 거부 반응 없으면 결혼하겠단다. 결론은 세 번째까지 만나는 게 관건인데 무슨 시약을 투여해야 쌍방 거부반응이 없을지 숙제다. 얼마 전 오랜만에 선을 봤단다. 평소 수학을 꽤 좋아한다는 박씨 아저씨는 직업도 늘상 계산과 관계된 직업에 종사하고 계신데 글쎄 선 본 여자가 근의 공식을 알고 원주율이 어떻고 미분 적분을 하더란다. 선 보러 갈 때 수학 문제집을 들고 나간 것도 아닐 텐데 왜 수학 문제를 풀면서 선을 봤는지 나는 모른다.

중요한 건 그래서 대단히 맘에 드는 모양이었다. 결혼 후에는 직장 때려 치고 속셈 학원 차릴 요랑인지 상식 하고는 남다른 취향임이 분명한데 두 번째 까진 무사히 만나고 세 번째 만남은 몇 주째 전화로만 대화하고 있다고 들었다. 아마도 세 번째 만남에 결혼 공략 기밀을 미리 누설 해 준 모양이었다. 결혼이 무슨 묵 찌 빠 하나 빼기 게임도 아닌데 여자 입장에선 들었는데 모른 척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세 번 만에 ‘내 인생 가져가쇼’ 할 수는 더더욱 없는 노릇이었을 거다.

올드 하신 분들이 당췌 뭘 믿고들 저렇게 배들을 내밀고 사시는지........

바둑에 정말 똥 배짱이라도 들어 있는건 아닐까?

))
/박선영(피플475(http://wwww.people4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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