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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협력자들', 한국서 초연…11월4일까지


시대를 잘못 만난 지식의 칼

[조이뉴스24 정병근 기자] '양심을 지킬 것인가, 권력에 부응할 것인가', 정치적 암흑기에는 지식인들의 고민도 깊어진다. 서슬퍼런 폭압의 칼날 아래서 지식은 순수하게 그 가치를 지키기 어렵다. 시대를 잘못 만난 지식은 오히려 누군가의 생존을 위협하거나 나의 생명마저 위태롭게 하는 무기로 변하기도 한다.

10월 26일부터 11월 4일까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상연되는 연극 '협력자들: 불가코프와 스탈린(원제 Collaborators, 원작 존 홋지)'은 정치적 수난기에 지식인들이 겪어야만 하는 생존의 딜레마를 다룬 작품이다. 양심적 가치를 따르고자 했던 한 지식인이 생존의 위협에 직면하여 어떻게 힘의 역학구도로 편입되는가를 연극은 현실적이면서도 냉정한 시각으로 그리고 있다.

시대는 스탈린의 대학살이 최고조에 이르던 1938년으로 이동한다. 20세기 최고의 러시아 극작가로 칭송받는 미하일 불가코프와 그의 아내 옐레나가 사는 모스크바의 한 아파트에서 극은 시작한다.

불가코프의 희곡 '몰리에르의 생애'가 걸작이라는 칭송을 받으며 첫 공연을 끝낸 날 두 명의 비밀경찰이 그를 찾아온다. 학살자 조셉 스탈린을 미화하는 글을 쓰지 않으면 작가의 미래는 물론 생존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는 협박과 함께다.

양심과 현실 앞에서 지식인의 고뇌는 깊어지고 비극은 심화된다. 하지만 불가코프의 열렬한 팬인 스탈린이 등장하며 이야기는 새로운 양상으로 접어든다. 어처구니 없는 상황들이 펼쳐지고, 불가코프는 자신이 하는 일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 지 상상도 못할 뿐이다.

연극 '협력자들:불가코프와 스탈린'은 폭정 아래서 결국 괴물에게 희생되고 마는 비극적 인간의 모습을 '인간 대 괴물'이라는 역사적 명제로 풀어낸다. 불가코프와 스탈린의 운명적 만남이 진지하면서도 재미있는 블랙코미디로 펼쳐진다.

영국의 시나리오 작가이자 극작가인 존 홋지(John Hodge)는 이 작품으로 2012년 영국 최고 권위의 희곡상인 '로렌스 올리비에상(Olivier Award)'을 수상하며 유명 작가의 반열로 올라섰다. 2011년 런던에서 초연된 연극은 2016년부터 뉴욕과 워싱턴에서도 공연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10월 26일부터 11월 4일까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상연된다. 김시번 연출, 윤완석 제작, 관악극회 공연으로 한국에서는 초연이다.

전 문화관광부 장관을 역임하고 현 세종문화회관 이사장인 연극인 김명곤씨가 스탈린을, 서울대학교 산학협력 교수이자 연극배우인 최기창씨가 불가코프를 연기한다. 원로배우 이순재씨가 예술감독을 맡았고 심양홍, 김인수, 나호숙, 박재민, 지주연, 염인섭, 민아람 등 유명 연기자들도 대거 출연한다.

김시번 연출은 "스탈린 시대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현대사도 피와 눈물이 절절히 배어있다. 연극 '협력자들'은 우리가 곱씹어야 할 동시대적 드라마"라고 말했다.

한편 관악극회는 시대의 사회적 주제를 투영한다는 취지로 2011년 대학극 출신 연극인들을 중심으로 창단한 이래 상업극단에서 쉽게 시도하기 어려운 동서양 고전 희곡들을 무대에 올려왔다. 2012년 '하얀중립국'(막스 프리쉬 작)을 시작으로 '시련'(아서밀러 작), '유민가'(김동식 작), '헤이그 1907'(이수인 작), '과부들'(아리엘 도르프만 작) 등을 공연했다.

2016년에는 세익스피어의 '자에는 자로(Measure for Measure)'를 마당극으로 해석한 '법대로 합시다'(임진택 번안/연출)를 무대에 올렸다.

정병근기자 kafk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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