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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전통시장, 이제 '속 편한' 신용카드 결제 가능한가요?


"한국의 情 , 무시 못해"…전통시장에 자리잡은 간편송금

[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전통시장의 불편함을 꼽자면 단연 주차와 결제 방식이다. 추석 연휴 대목을 맞아 서울 관악구와 종로구, 강북구의 전통시장 세 곳에서 카드결제 풍경을 살펴봤다.

전통시장과 카드결제는 전에 없이 친해졌지만, 여전히 한국의 정 문화가 카드결제를 가로 막았다.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간편 송금도 전통시장의 결제 방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카드결제, 이제는 다 받지만…"전통시장 정이 또 그렇지 않아요"

관악구 전통시장에서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김씨는 2만1천원 어치의 건어물을 팔며 "(현금을 내면) 2만원에 해 줄게"라고 흥정을 붙였다. 손님이 현금을 내자 마른 멸치 한 움큼도 비닐봉지 안에 밀어 넣었다.

서울 관악구와 종로구, 강북구의 전통시장 세 곳에 입점한 가게들은 카드결제를 거부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점포가 가맹계약을 체결해 시스템도 갖췄다.

하지만 3천원, 5천원 어치의 물건을 팔며 카드가 오가면 '정이 없다'고 여기는 불편함은 여전했다. 1천200원짜리 고무장갑을 가리키며 '카드결제가 되느냐'고 물을 때에는 왜인지 모를 민망함이 밀려들었다.

이날 전통시장에 나온 주부 민씨는 현금 20만원을 챙겨왔다. "근처에 마트 찾기가 어려워 종종 방문하곤 하는데 마트에서는 물건을 한꺼번에 결제할 수 있는 반면 시장에서는 품목별로 하나씩 사야 해 카드를 내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카드결제는 받지만 현금은 더 저렴하게 책정하는 곳이 많았다. 1만원, 2만원의 '짝'을 맞춰 판매하는 전통시장의 관행도 현금결제를 유도했다. 일부 가게에서는 5천원 이상, 1만원 이상의 단가 제한을 두기도 했다.

60대 이상 고령 상인들의 인식도 문제로 지적됐다. 전통시장에서 오랜 시간 장사를 해오며 현금 거래가 익숙한 고령 상인들은 카드 단말기 작동법을 모른다거나 고장이 났다는 등의 이유로 현금거래를 유도한다는 전언이다.

◆간편이체가 바꾼 시장 풍경…"카드 대신 계좌이체"

이날 방문한 서울 종로구의 한 전통시장에서는 계좌번호가 적힌 쪽지가 공공연히 오갔다. 떡볶이와 미니 김밥 7천원어치를 사고 카드결제가 되느냐고 묻자 계좌번호가 적힌 쪽지가 돌아왔다.

다닥다닥 붙은 포장마차 옆 가게의 상인이 대화를 거들며 자동화기기(ATM)의 위치를 알려줬다. 분식점 상인은 "뭘 그렇게 까지 해, 나 여기서 다 볼 수 있어"라며 휴대폰 은행 애플리케이션을 들어 보였다.

분식점 상인은 "몇 천원까지 다 카드를 받으면 힘들다"며 "요즘 다 카드만 들고 다니니까. 그래도 계좌이체가 편해져서 여기 사람들은 다 계좌번호 써둔 쪽지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시장 입구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상인은 소국 한 단을 3천원에 팔고 있었다. 역시 카드결제 여부를 묻자 계좌번호를 일러줬다. "3천원짜린데"라는 핀잔도 덤으로 얻었다.

관광 명소로 알려진 이 시장에는 중국인과 일본인 관광객도 즐비했다. 외국인 관광객 역시 카드를 내는 대신 챙겨온 현금을 건넸다.

◆"카드수수료 인하보다 대형마트 경쟁이 더 걱정"

현금 결제를 유도한 상인 김씨는 "카드수수료도 부담은 부담이지만 손님 자체가 줄어든 게 더 큰 문제다. 올해 날씨 때문에 채소나 과일 파는 집은 더할 것"이라며 "아낄 수 있는 건 아껴보자는 생각에 카드보다 현금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현행 카드 수수료는 연 매출 3억원 이하 영세사업자의 경우 0.8%, 5억원 이하 중소사업자는 1.3%, 10억원 이하는 2.1%다. 지난 10년간 꾸준히 내린 결과다.

전통시장이 되레 대형마트보다 값이 비싸다는 편견도 악재다.

어머니와 함께 추석 장을 보러 나온 30대 장씨는 "우리 또래들은 전통시장보다 대형마트가 편한 게 사실"이라며 "부모님과 시장 어묵을 사 먹고 흥정하는 재미로 들르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답했다.

이번 추석 제수용품을 전통시장에서 구매하면 대형마트보다 6만7천원이나 저렴하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은 전통시장 37곳과 시장 인근 대형 마트 37곳의 추석 제수용품 27개 품목 가격을 조사한 결과, 올해 추석 차례상(4인 기준)을 차리는데 전통시장이 평균 24만3천614원, 대형 마트는 31만252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면 대형 마트보다 6만6천638원을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통시장 상인에게만 카드수수료 인하나 추가 지원책을 마련하면 다른 소상공인과의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며 "재래시장이나 대중교통 이용 분에 적용하는 공제율이 30%에서 40%로 오른 등 긍정적인 부분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인혜기자 frees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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