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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發 유가급등…상승세 탄 코스피에 독 될까


코스피 8거래일 만에 약세…"하방 리스크 직면 가능성"

[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코스피가 2000선을 회복하며 모처럼 상승기류를 탄 가운데 사우디발 유가 폭등이 국내 증시의 복병으로 부각되고 있다.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은 그간 워낙에 빈번했지만 이번엔 미국과 이란의 관계 악화가 심화될 가능성과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8거래일 만에 하락 출발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14.7%(8.05달러) 상승한 62.9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는 이날 장중 한 때 15.5%까지 뛰기도 했다. 이는 지난 2008년 12월 이후 약 11년 만의 '퍼센트 기준, 하루 최대폭'의 급등이다.

브렌트유도 전날 밤 20% 가까이 폭등했다. 로이터통신은 1990~1991년 걸프전 이후 하루 장중 최대폭의 급등이라고 설명했다.

코스피가 2000선을 회복하며 모처럼 상승 기류를 탄 가운데 사우디발 유가 폭등이 국내 증시의 복병으로 부각되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DB]
코스피가 2000선을 회복하며 모처럼 상승 기류를 탄 가운데 사우디발 유가 폭등이 국내 증시의 복병으로 부각되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DB]

사우디아라비아 원유시설에 대한 무인기 드론의 공격이 결정타였다. 앞서 사우디는 지난 14일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원유 생산시설인 사우디 동부 아브카이크(Abqaiq)와 쿠라이스(Khurais) 지역이 드론 공격으로 파괴됐다며 하루 평균 570만 배럴의 생산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사우디 전체 산유량인 980만배럴의 절반에 해당되는 규모로 전세계 공급물량의 약 5%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다.

일단 정부는 이번 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입장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국내 정유업계 점검 결과 원유 선적물량과 일정에 아직 큰 차질이 발생하고 있지 않다"며 "단기적으로 국내 원유 도입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사우디발 유가 폭등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한국은 사우디 원유 수입 의존도가 29%로 전세계에서 가장 높아 타격이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사우디 타격으로 발생한 원유 생산 차질규모는 1990년 사담 후세인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원유시설이 공급 차질을 빚은 이후 최대 규모라는 점에서 글로벌 원유시장의 수급 불안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조기 생산 복원이 가능한 설비를 제외하고 생산 차질 규모가 약 370만 배럴인데 설비 복원에 수개월이 소요된다면 이를 보충할 수 있는 방안이 뚜렷하지 않아 국제 유가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경제는 특히 유가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유가 불안 장기화는 제조업 경기부진을 심화시킬 수 있고 무역수지 흑자폭의 추가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사우디발 리스크로 고유가 현상이 장기화된다면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압력 확대 등으로 국내 경제가 추가 하방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현재 친(親)이란 성향의 예멘 후티 반군은 자신들이 이번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은 공격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고 있어 중동 정세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다. 유가폭등이란 단기적 악재가 아니라 중동 정세 악화로 인한 불확실성의 장기화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셈이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원자재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그간 원유시장은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무뎌진 측면이 있었지만 이번 이벤트는 사우디 전체 원유 생산량의 절반 이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의미하는 바가 남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원유 수급 상황이 악화되며 유가가 과도하게 상승하면 결국 물가상승 및 구매력 약화를 야기해 경기에 부정적일 수 있고 한국 경제의 2%대 성장을 지지하기 위해 재정정책의 필요성까지 대두될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스트래터지스트는 "국제 유가 급등으로 운송비용 증가와 소비둔화 우려가 높아지면서 미국 증시도 급락했는데 이는 국내 증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다만 가솔린 등 국제 유가가 계속 오르면 결국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에 부담이기 때문에 미국이 전략 비축유 방출을 발표하는 등 안정을 찾으려 할 것이고 우리는 관망세를 취할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한수연 기자 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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