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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LoL 그리핀-카나비 사태, 법적 쟁점은?


윤현석 변호사 "민·형사적 관점에서 다양한 쟁점 예상"

[아이뉴스24 김나리 기자] 리그 오브 레전드(LoL) 프로게이머 '카나비' 서진혁 선수를 둘러싼 부당 계약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번 논란은 한국(LCK) LoL 프로팀 그리핀의 김 모 전 감독이 소속팀 카나비 선수가 중국(LPL) 프로팀인 징동 게이밍으로 임대 및 이적하는 과정에서 협박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당시 미성년자였던 카나비 선수가 소속팀 대표의 협박에 못 이겨 원하지 않는 부당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면서 리그 운영사인 라이엇게임즈도 조사에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실제 라이엇게임즈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내놓은 중간 조사 결과는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들을 다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자체적인 내부 조사에서 양 측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 탓이다.

라이엇게임즈와 한국e스포츠협회로 구성된 LCK 운영위원회는 "서로 간의 진술이 상반되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현저히 부족해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며 향후 수사 권한 및 법적 판단 권한을 가진 외부기관 등을 통해 강요 및 협박 여부가 확인될 시 리그 차원의 징계를 내리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렇다면 이번 사태로 법적 공방이 불거질 경우 예상되는 쟁점은 무엇일까.

한국법조인협회 e스포츠연구회 소속 윤현석 변호사 [사진=윤현석 변호사]
한국법조인협회 e스포츠연구회 소속 윤현석 변호사 [사진=윤현석 변호사]

12일 한국법조인협회 e스포츠연구회 소속인 윤현석 변호사를 만나 이번 사태와 관련한 법적 쟁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윤 변호사는 현재 관련 블로그도 운영 중이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이번 그리핀-카나비 사태와 관련된 예상되는 민·형사상 법적 쟁점은 무엇인가.

"아직 사실관계가 완벽하게 정립되지 않은 부분은 있지만, 이를 감안해 살펴본다면 우선 형사적인 관점에서는 ▲협박·강요 ▲미성년자 착취 여부 ▲명예훼손 ▲횡령 등을 따져볼 수 있다.

민사적 관점에서는 계약이 실질적으로 체결됐는지 여부를 가려볼 수 있다. 카나비 선수와 징동 게이밍이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미성년자가 법정대리인 동의 없이 계약 한 것이라면 이 계약은 취소될 수 있다. 미성년 여부를 떠나서라도 현저하게 공정성을 잃은 계약이라면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

-협박 및 강요는 어떤 부분에서 성립할 수 있나.

"카나비 선수가 협박을 당해 원치 않는 계약을 했다면, 형법상 협박죄 및 강요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있다. 협박죄는 말 그대로 사람을 협박함으로써 성립되는 죄이며 강요죄는 해야 할 의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협박이나 폭행으로 이를 강제로 하게 한 경우 적용된다.

만약 카나비 선수가 협박을 받았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선수 증언과 여러 정황이 맞다면 입증이 가능하다. 가령, 다른 선수들의 계약 체결 사례를 봤을 때 카나비 선수처럼 계약을 체결한 사례가 100건 중 1건도 없다면 이 역시 간접증거이자 정황증거가 될 수 있다. 사실 형사 사건에는 직접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간접증거 및 정황 자료 등을 수집해 유죄 증거로 삼아야 한다."

-국회에서는 '사실상 노예계약'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계약서를 직접 살펴볼 수 없어 사실상 노예계약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발언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e스포츠 선수들의 경력이라는 게 길어야 5년 정도다. 그런데 중국에서 5년 동안 한 팀 소속으로 보내라고 하는 건 실질적인 선수 생활을 거기서 마치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따라서 이는 일반적인 계약으로 보기 어렵다.

또 재계약을 거듭하며 5년을 계약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5년을 계약하도록 한 것이라면 미성년자 착취 여부를 떠나 애초에 불공정 계약이라고도 볼 수 있다. 임대와 이적이 합쳐져 5년이더라도 불공정 계약으로 볼 여지가 있다."

-그리핀 전 감독이 이번 사태를 폭로한 행위도 문제가 되나.

"김 감독의 폭로는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 허위사실은 물론이거니와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도 처벌 가능하기 때문에, 그리핀 측이 문제를 삼을 경우 사실 여부를 떠나 일단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그러나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다고 모두 처벌받는 것은 아니다. 공공의 이익이 될 경우에는 방어할 수 있다. 이에 관건은 김 감독의 폭로가 공공에 이익이 되는지 여부다.

만약 김 감독의 폭로가 일부 허위사실이었다 할지라도, 고의성이 없고 크게 봤을 때 사실에 부합한다면 대법원 판례에 따라 사실에 부합하는 것으로 인정받을 수도 있다. 10가지 중 사실과 다른 몇 가지가 있다고 해서 허위로 보지는 않는다."

-횡령 얘기도 나왔는데.

"선수 이적료는 회사 수익인데, 대표 본인이 이적료를 개인적으로 갖게 되면 이는 횡령에 해당된다. 횡령 금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경 횡령에 해당해 구속 및 실형까지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징동과의 이적료 지급 내역 등이 증빙되지 않은 데다 아직까지는 주장만 있는 상황이어서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성년자 계약은 일부 조건에 따라 취소 가능하다. 이번 계약도 취소될 수 있나.

"미성년자가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한 법률 행위는 취소할 수 있다. 따라서 계약을 체결한 게 만약 동의받지 않은 독자적인 행위라면 민법에 따라 취소할 수 있다. 이번 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런 주장이 있는 경우라 해도 악용을 방지하기 위해 부모님 동석 여부, 통화기록 등을 면밀히 따지게 된다. 무조건 미성년자가 그렇게 주장한다고 해서 취소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핀 측이 카나비 선수를 자유계약선수(FA)로 풀어주면서 현재는 카나비 선수와 징동 간 계약만 남아있다는 말도 있다. 중국팀인 징동과의 계약 취소도 가능한가.

"우선 징동과의 계약이 성립했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징동과의 계약이 체결된 게 아니라면 카나비 선수는 FA인 상태이므로 다른 팀과 자유 계약이 가능하다.

만약 징동에서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주장할 경우 법적 이슈가 발생한다. 그러나 임대 및 이적은 팀과 팀 간의 동의 하에 이뤄지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징동의 계약 취소에 대한 손해 배상은 카나비 선수가 아닌 스틸에잇이 해야한다.

다만 징동은 카나비 선수가 중국으로 복귀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카나비 선수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카나비 선수는 계약이 체결된 적 없다거나, 계약은 무효라거나, 자신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음을 항변할 수 있다."

-중간조사에서 중국법에 따라 만 18세 이상은 직접 계약이 가능하다고 한다.

"카나비 선수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법을 따르는 게 맞다. 카나비 선수는 계약 당시 만 18세였기 때문에 국내법상 미성년자에 해당한다. 미성년자의 계약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계약서 훼손 문제도 거론된다. 회사 측에서 선수 계약서를 회수해 없애는 것에는 문제가 없나.

"어떤 계약서인지가 관건이다. 문서에 대한 소유권이 카나비 선수에게 있는 상태에서 회사 측이 이를 일방적으로 회수해 파쇄했다면 형법 손괴죄로 형사적 문제가 될 수 있다.

다만 계약서를 일방적으로 없애버렸다고 해서 효력이 변경되거나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구두계약도 효력은 있다. 하지만 증명이 안 될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사진으로 찍어뒀다면 이를 인정받을 수도 있다."

-e스포츠 선수를 근로자로 볼 수도 있나.

"e스포츠 선수의 근로자성 여부를 명시적으로 판단한 판례나 기관은 없다. 다만 예전에 고용노동부가 프로 스포츠 선수나 연예인은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것으로 안다. e스포츠 선수 역시 이들과 유사한 지위에 있다고 보면 근로자성을 인정받는 것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오래된 해석이어서 시대 흐름에 맞춰 일부 변경 여지는 있다. 현재로서는 대법원 확정 판례가 없기 때문에 관련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열린 결말이라고 보면 된다.

이와 별개로 근로자성을 따지기 전에 일단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은 e스포츠 관련 법 등을 통해서 만들 수 있다고 본다. 미성년자뿐만 아니라 성인이라도 임대 기간, 이적료 등에 대해 부당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만들 필요가 있다. 가장 좋은 것은 정부 차원에서 만든 표준계약서다.

연예인들도 10년 정도 전에 미성년 연습생들의 장기 계약으로 인한 노예계약, 불공정 계약 등의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하지만 표준계약서가 나온 이후로 많이 근절됐다. 계약서를 한 장만 쓰고 당사자에게 나눠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는데, 교부 의무까지 명시하면서 문제를 해결했다."

-정부 차원의 표준계약서가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공론화 기간을 거쳐 국가 기관이 배포한 표준계약서가 나오면 분쟁이 생겼을 때 여기에 나오는 지침대로 따를 확률이 매우 높다. 실질적으로 입법화된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면 된다. 분쟁이 생겼을 때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

-문체부는 그동안 법적 근거가 없어 표준계약서를 만들지 못했다고 한다.

"못 만든 것은 아니다. 이번에 국회에서 법안을 발의하기 전에 문체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해 먼저 만들 수도 있었지만 하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할 듯 하다.

정부 차원의 표준계약서가 있었다면 이번 사태에서도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운 일이다. 정부가 만든 표준계약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더라도 자체만으로도 매우 큰 실체적 효과를 지닐 수 있다. 문체부가 e스포츠 문화 및 선수들의 권리 신장을 위해 앞으로 더 큰 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전한다면.

"개인적으로는 이번 사태로 인해 관련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e스포츠 시장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현재는 진통 시기로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일이 없었으면 가장 좋았겠지만, 이미 벌어진 이상 e스포츠 팬으로서 이를 토대로 한국 e스포츠가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김나리 기자 lor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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