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日無光經三日復明' (해의 빛이 사라졌다가 삼일 이후 다시 밝아졌다).
삼국사기 고구려본기에 기록된 고구려 영류왕 23년(640) 9월의 태양 흑점 관측 기록이다. 우리 역사서에 남아 있는 것으로서는 가장 오래된 기록이다.
서양에서는 1611년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흑점 관측을 처음 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처럼 동양에서는 이보다 한참 앞선 기록이 남아 있다. 중국에서는 기원전 28년부터 흑점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고려사와 조선왕조실록에도 흑점 기록이 이어진다.
한국사에 남아있는 오랜 관측 기록은 자연을 이해하고 연구하는 데 유용하다. 특히 긴 주기의 자연변화 연구에 우리나라의 꾸준하고 사실적인 관측 기록들이 소중한 자료가 된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역사서에 기록된 태양흑점과 서리 정보를 연구해 태양의 240년 활동주기를 찾아내고 이러한 태양의 장주기 활동이 과거 기후변화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음을 입증했다.
한국천문연구원 고천문연구센터 양홍진 박사 연구팀은 고려사와 조선왕조실록에서 흑점에 대한 55곳의 기록을 찾았다. 이를 통해 현재까지 잘 알려진 태양활동의 주기인 약 11년과 60년 이외에 240년의 장주기가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분석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중국 사서에 기록된 흑점 정보도 함께 연구했다.
연구진은 또한 태양활동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서리 기록이 온도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지표임을 알아내고 고려사와 조선왕조실록에 언급된 약 700번의 서리 기록을 이용해 서리가 내리지 않는 기간인 ‘무상기간’의 시대적 변화와 태양주기와의 관련성을 밝혀냈다. 흑점과 서리 기록의 비교를 통해 240년 주기로 태양의 흑점이 많아진 시기에 우리나라의 온도가 급격하게 하락했음을 확인했다.
양홍진 박사는 “이번 연구는 우리나라의 풍부한 역사 기록이 현대과학적 측면에서 매우 신빙성 있으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고천문 자료를 바탕으로 태양의 장주기 활동을 추가 증명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논문은 기상과 태양-지구 물리 저널(Journal of Atmospheric and Solar-Terrestrial Physics) 5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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